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별 헤는 밤

말 . 글/언제나 그자리

by 별 다 섯 2013. 12. 31. 16:0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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별 헤는 밤/윤동주

 

 

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

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
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

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
이제 다 못 헤는 것은
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

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
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

 

 

 

별 하나에 추억과

별 하나에 사랑과

별 하나에 쓸쓸함과

별 하나에 동경과

별 하나에 시와
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

 

 

 

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

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, 패. 경. 옥 이

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,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

이름과,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, 비둘기, 강아지, 토

끼, 노새, 노루, 프랑시스 잠,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

의 이름을 불러봅니다

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

별이 아슬히 멀듯이

 

 

 

 

어머님,
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.
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
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

내 이름자를 써 보고,

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

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
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
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.

 

 

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Greensleeve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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